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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작품이야기

생성형 AI와 위협 받는 예술

by 이든혜윰 2025. 2. 2.

 

 

 

최근 몇 년 사이, 생성형 AI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예술계에서는 이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예술계에 종사하면서 근 몇 년 동안 충격에 빠지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생성형 AI의 발전 속도는 무서울 정도로 빠르다. 나도 개인적으로 스테이블디퓨전, 미드저니 등 여러 생성형 AI를 사용해 보면서 소위 말하는 '현타'가 왔다.

 AI가 사람보다 더 정교한 그림을 그리고, 더 감성적인 음악을 작곡하며, 인간이 쓴 것과 구분하기 어려운 시나 소설을 창작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이러한 변화에 대해 예술계에서는 불안과 거부감을 느끼는 이들도 많다. 'AI가 예술을 대체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의문이 자연스럽게 제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AI가 창작 활동을 수행하는 것이 예술가의 존재 의미를 위협한다고 볼 수 있을까? 나는 오히려, AI의 발전은 예술가가 자신의 역할을 새롭게 정의하고 예술을 더욱 확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잘 그린다'는 것만으로는 더 이상 예술이 아니다.

예술에서 ‘잘 그리는 것’이 중요한 가치였던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르네상스 시기에는 인체를 정확하게 묘사하는 것이 예술가들의 가장 중요한 목표 중 하나였고, 미켈란젤로나 다빈치 같은 거장들은 놀라운 기술력으로 인류 역사에 큰 발자취를 남겼다. 그러나 인상주의 이후, 예술의 의미는 단순한 재현을 넘어 인간의 감각과 내면을 표현하는 방향으로 발전했다. 현대 예술에서는 작품이 사회적 맥락을 지니고 있거나, 작가의 철학이 담겨 있는지가 더 중요한 평가 기준이 되었다.


이러한 흐름에서 보면, 생성형 AI가 사람보다 더 정교한 작품을 만든다 해서 그것이 곧바로 예술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하여 특정한 스타일을 모방하고, 기존의 패턴을 분석해 새로운 조합을 만들어낼 수는 있지만, 스스로 의미를 창조하거나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예술이란 단순한 시각적 완성도가 아니라, 인간이 가진 경험, 감정, 철학이 담길 때 비로소 가치가 생긴다. 따라서 ‘잘 만드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어진 지금의 예술계에서 AI가 위협이 된다는 주장은 다소 과장된 것일 수도 있다.

 


AI가 예술을 위협하는 것이 아니라 확장하는 것이다.

현재 AI는 예술가들이 창작 도구로 활용할 수 있는 강력한 보조 수단이 되고 있다. 과거에도 예술가들은 다양한 기술 발전을 통해 새로운 매체와 도구를 활용해왔다. 사진이 처음 등장했을 때, 화가들은 자신의 역할이 사라질 것이라 두려워했다. 하지만 사진은 회화의 존재 가치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회화를 더욱 실험적인 방향으로 발전시켰고, 결국 인상주의, 추상미술, 개념미술과 같은 새로운 흐름을 탄생시켰다.
AI 역시 마찬가지다. AI는 예술가가 작업을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도와주거나, 새로운 영감을 제공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AI를 활용하면 복잡한 데이터 기반의 비주얼을 생성하거나, 다양한 색감과 구도를 실험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또한, 과거의 예술 작품을 재해석하거나, 예술가가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스타일을 탐색하는 데에도 유용할 수 있다. 결국, AI는 기존의 예술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예술가가 더욱 창의적인 작업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도구가 될 것이다.

 

예술가는 AI와 어떻게 공존할 것인가?

예술가가 AI를 단순한 위협으로만 본다면, 기술의 발전에 뒤처질 수밖에 없다. 중요한 것은 AI를 어떻게 활용하고, 그것을 통해 예술의 가치를 어떻게 확장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오늘날의 예술가는 AI와 함께 협업하는 방식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예를 들어, AI를 활용한 협업 프로젝트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세계적인 예술가들은 AI를 활용해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내고 있으며, 일부 예술가들은 AI가 생성한 이미지를 기초로 자신의 예술적 해석을 더해 독창적인 작품을 제작하고 있다. 또한, AI가 만들어낸 결과물 자체를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이를 통해 예술과 기술의 경계를 탐구하는 움직임도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예술가들이 할 수 있는 것은 AI가 할 수 없는 영역을 더욱 탐구하는 것이다. 예술은 단순한 창작물이 아니라, 인간의 경험과 철학이 녹아 있는 표현 행위이다. AI는 데이터를 분석해 특정 스타일을 만들어낼 수 있지만, 예술가 개인이 가진 철학과 감정, 그리고 인간적인 경험 자체를 모방할 수는 없다. 예술가들은 AI를 활용하면서도, AI가 절대 대체할 수 없는 ‘인간적인 요소’를 더욱 강조하는 방식으로 나아가야 한다.

 

 


나는 AI가 예술을 위협하는 것이 아니라, 예술가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줄 것이라 예상한다. AI가 발전하면서 예술계에서는 두려움과 거부감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예술의 역사를 보면, 새로운 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예술가들은 그것을 위협으로만 받아들이기보다 새로운 표현 방식으로 발전시켜 왔다. AI도 마찬가지다. AI는 예술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예술가들이 더욱 창의적인 방식으로 작품을 제작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할 것이다.
예술가들은 이제 AI를 적으로 보기보다는, 창작을 확장할 수 있는 강력한 도구로 받아들이고 활용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AI는 단순히 데이터를 조합하는 기계일 뿐이며, 그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하고 어떤 의미를 부여할지는 전적으로 인간의 몫이다. 따라서 AI의 등장은 예술의 종말이 아니라, 예술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드는 계기가 될 것이다. 예술가들이 이에 대한 열린 자세를 갖고, AI를 창의적인 도구로 활용하는 법을 익힌다면, 우리는 더욱 풍부하고 혁신적인 예술 세계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