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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작품이야기

마크 로스코, 영성과 현대미술의 경계

by 이든혜윰 2025. 2. 3.

 

그를 처음 만난 것은 10년 전인 2015년 3월이었다. 아시아 최초로 그의 작품이 우리나라로 날아왔다. 사실 그의 작품을 직접 대면하기 전까지 나는 그의 작품을 비판하는 입장이었다. 나는 로스코를 현대미술에서 자행되는 억지의 조상쯤으로 여겼다. 하지만 그의 작품을 눈앞에서 만나면서 내 생각은 180도 바뀌게 되었다. 고작 핸드폰 화면으로 그의 작품을 보며 작품을 논했던 것이 얼마나 무의미한 행동이었는지 깨닫는 순간이었다.

 

마크 로스코, 색면추상의 거장 현대미술을 이야기할 때 마크 로스코(Mark Rothko)를 빼놓을 수 없다. 그는 단순한 색의 조합을 넘어 관람자에게 감정과 영성을 전달하는 화가였다. **색면추상(Color Field Painting)**의 대표적인 화가로 평가받는 그는, 색채와 공간의 배치를 통해 인간 내면의 깊은 감정을 끌어내는 데 집중했다.

 

로스코의 작품은 단순한 색의 집합이 아니다. 그의 그림 앞에 서면 마치 거대한 감정의 장막이 펼쳐지는 듯하다. 이는 단순한 시각적 경험이 아니라, 그의 예술적 신념이 녹아든 결과다. 로스코는 생전에 **“나의 그림을 본다면, 단순히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그 안으로 들어와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는 그의 작품이 공간과 하나 되는, 일종의 명상적 경험을 제공한다는 의미다.

 

마크 로스코의 작품 세계: 영성을 향한 갈망

로스코는 인간의 내면과 영성을 작품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초기에는 신화를 주제로 한 유기적 형상을 탐구했으나, 1940년대 후반부터 모든 구상적 이미지를 배제하고 색면추상으로 전환했다. 1949년 이후 그의 작품에서는 느슨하게 정의된 ‘다층 형상’이 등장하며, 거대한 색면과 경계를 허문 색채가 캔버스를 채우기 시작했다.

1950년대 후반 이후, 그의 작품은 점점 어두워졌다. 붉은색, 갈색, 검은색 등 무거운 색조가 사용되었으며, 이는 그의 내면에 자리한 철학적·영적 탐구와도 깊이 연결되어 있다. 그의 후기 작품에서는 어둠과 빛이 공존하며 숭고한 분위기를 연출하는데, 이는 관람자에게 단순한 미적 감상이 아니라 깊은 사색의 시간을 제공한다.

마크 로스코의 작품세계

1958년, 뉴욕의 시그램 빌딩 내 포시즌 호텔 레스토랑을 위한 벽화를 제작하던 로스코는 건물의 호화로운 분위기에 반감을 느꼈다. 결국 그는 “내 그림이 부자들의 저녁식사 배경이 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작업을 중단하고, 작품을 테이트 미술관에 기증했다.

 

1964년, 그는 존과 도미니크 드 메닐 부부의 의뢰로 '로스코 채플'(Rothko Chapel)을 위한 작품을 제작했다. 이는 단순한 벽화가 아니라, 회화와 건축이 결합된 신성한 공간이었다. 8각형 구조 내부를 감싸는 14점의 캔버스는 어두운 색조로 구성되어 있으며, 관람자로 하여금 숭고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도록 설계되었다.

마크 로스코의 작품이 현대미술에 미친 영향

로스코는 단순히 색을 칠하는 것이 아니라, 색채를 통해 인간의 감정과 영성을 탐구하는 방식을 확립했다. 그의 작품은 명상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며, 이는 후대 미술가들에게도 깊은 영향을 미쳤다.

그는 미술이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인간이 내면을 들여다보고 영적인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매개체여야 한다고 믿었다. 이러한 그의 철학은 현대미술에서 '미술의 본질'을 고민하는 많은 작가들에게 큰 영감을 주었다.

 

마크 로스코와 영성: 예술은 신을 향한 길인가?

로스코의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영성'(Spirituality)이다. 그는 단순한 시각적 아름다움을 초월하여, 인간이 감정적으로 반응할 수 있는 강력한 작품을 창조했다. 이는 특정 종교적 교리를 담은 것이 아니라, 인간 내면에 자리한 초월적인 감정을 끌어내려는 시도였다.

로스코 채플은 특정 종교를 초월하여 모든 이들에게 열려 있는 명상과 기도의 공간으로 기능한다. 이는 로스코가 예술을 통해 신과 인간의 관계를 탐구하고자 했음을 보여준다.

 

마크 로스코는 단순한 추상 화가가 아니었다. 그는 색면추상을 통해 인간의 감정과 영성을 전달하는 혁신적인 예술가였다. 그의 작품은 오늘날까지도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감동을 주며, 미술이 단순한 시각적 표현을 넘어 내면의 탐구 도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로스코는 죽음을 맞이하기 전까지도 영성에 대한 갈망을 놓지 않았다. 그의 작품을 마주하면, 우리는 단순한 색이 아니라, 그가 남기고자 했던 메시지를 읽을 수 있다. 그것은 바로 '영원한 감정'과 '초월적 경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