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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작품이야기

데미안 허스트, 죽음에 관하여

by 이든혜윰 2025. 2. 14.

데미안 허스트, 죽음과 돈을 예술로 바꾸다

유리 상자 속 한 마리의 상어가 떠 있다.

입을 벌린 채 푸른빛에 감싸여 마치 그 순간을 영원히 멈춘 듯한 모습.

포름알데히드 속에 박제되어 있는 상어.

이것은 현대미술을 뒤흔든 작품 데미안 허스트의 〈살아 있는 자의 마음속에서 영원히 존재하는 죽음의 육체적 불가능성(The Physical Impossibility of Death in the Mind of Someone Living)〉이다.

 

 

 

 

 

그는 묻는다.

"예술은 무엇인가?"
"가치는 어떻게 결정되는가?"

그리고,
그의 작품은 늘 그 질문의 답을 바꿔 놓는다.

 

 

젊은 예술가, 시장을 장악하다

1965년, 영국 브리스틀에서 태어난 데미안 허스트.
그의 유년시절 문제아였고 반항적이었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는 늘 죽음에 매료되어 있었다.

그의 어머니는 말했다.
"어릴 때부터 해골을 그렸다."

그는 1980년대 런던에서 예술을 공부했고 그곳에서 YBA(Young British Artists)라는 그룹의 중심이 되었다.
이 그룹은 기존의 예술 개념을 부수고 도발적이고 강렬한 작품들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그중에서도 허스트는 남다른 감각을 가졌다.
그는 단순한 화가가 아니었다.
그는 기획자였고, 마케터였으며,
무엇보다 예술과 돈의 관계를 가장 잘 이해한 인물이었다.

 

 

 

 

 

죽음을 박제하다

그의 작품은 항상 일관적이다.

작품의 재료나 표현 방식의 이야기가 아니라 작품이 갖는 주제나 알레고리가 한결같다는 말이다.

그는 오로지 '죽음'에 대한 이야기만 하고 있다.

일부 장르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작품은 의미를 갖는다.

특히 뒤샹 이후 현대미술이 개념미술로 접어들면서 작품에 담기는 담론이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평생을 한 가지 주제만 가지고 활동을 하는 작가는 드물다.

어느 장르를 막론하고 말이다.

한 가지 주제로만 영화를 찍는 감독이 있는가? 음악가는? 소설가는?

간혹 데미안 허스트같이 한 우물만 파는 작가들이 등장한다.

단순히 생각을 해 보아도 쉽지 않다는 것을 알것이다.

 

 

 

 

〈살아 있는 자의 마음속에서 영원히 존재하는 죽음의 육체적 불가능성〉

1991년, 한 마리 상어가 등장했다.
유리 상자 속에 담긴 채,
공포와 경외를 동시에 불러일으키는 거대한 존재.

이 작품으로 인해 그는 찰스 사치와의 긴 인연으로 이어진다.
포름알데히드에 담긴 상어, 죽음을 바라보는 방식에 대한 탐구였다.

허스트는 말했다.
"우리는 죽음을 이해할 수 없다.
살아 있는 한, 그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한 마리의 상어를 포름알데히드에 담는 순간,
죽음은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보이게 되었다.

그리고, 이 작품은 런던의 거물 컬렉터인 찰스 사치(Charles Saatchi)에 의해
50000파운드(약 8000만 원)에 팔렸다.

단순한 물고기가 아니라,
죽음이 거래되기 시작한 순간이었다.

 

 

 

〈신의 사랑을 위하여(For the Love of God)〉

2007년 허스트는 이 작품을 통해 세상을 시끄럽게 만들었다.

내가 그를 알게 된 것도 바로 이 작품 때문이다.

그는 진짜 인간 두개골 위에 다이아몬드 8601개를 박아 넣었다.
총 50캐럿, 제작비만 1400만 파운드(약 250억 원).

그것은 빛났다.
그러나 그것은 인간의 죽음을 감싼 껍데기였다.

그는 말했다.
"이것은 바니타스(Vanitas)다.
죽음은 아무리 아름답게 꾸며도 변하지 않는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 작품은 7000만 파운드(약 1300억 원)에 판매되었다.

죽음을 가장 화려한 방식으로 팔아넘긴 순간이었다.

 

 

데미안 허스트와 제프 쿤스 – 상업적 예술가의 양대 산맥

허스트를 이야기할 때 혹자는 종종 제프 쿤스(Jeff Koons)와 비교한다.

두 사람 모두 현대미술 시장에서 가장 상업적인 성공을 거둔 작가들이며 그들의 작품은 대중의 관심을 끌면서도 비판을 동시에 받는다.

그러나 차이점이 있다.

데미안 허스트제프 쿤스

주제 죽음 키치(Kitsch)
재료 포름알데히드, 다이아몬드, 해부학적 요소 스테인리스 스틸, 풍선, 산업적 소재
작품 특징 철학적이고 논쟁적인 메시지 대중적이고 유희적인 조형미
대표작 〈살아 있는 자의 마음속에서 영원히 존재하는 죽음〉, 〈신의 사랑을 위하여〉 〈풍선 개(Balloon Dog)〉, 〈토끼(Rabbit)〉

쿤스는 대중이 원하는 아름다움을 제공했다.
허스트는 우리가 외면하고 싶은 죽음을 직면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두 사람 모두 예술이 시장과 불가분의 관계라는 사실을 증명했다.

 

 

 

천재인가, 사기꾼인가?

데미안 허스트에 대한 논쟁은 끝나지 않는다.

  • 그의 작품은 철학적인가, 아니면 단순한 상업적 전략인가?
  • 그는 예술가인가, 아니면 기획자인가?
  • 죽음을 상품화한 것인가, 아니면 인간 본질에 대한 탐구인가?

그는 말했다.
"내가 예술을 사랑한다고 해서, 돈을 싫어해야 한다는 법은 없다."

그는 단순히 작품을 만든 것이 아니라,
예술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완성했다.

그리고 오늘날 그의 이름은 여전히 논란과 함께 미술 시장의 중심에 있다.

 

 

데미안 허스트, 예술인가 거래인가?

그는 한 마리의 상어를 예술로 만들었고,
한 개의 두개골을 다이아몬드로 감쌌다.

그의 작품은 죽음에 대한 탐구일 수도,
가장 대담한 예술적 상업 전략일 수도 있다
.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하다.
그는 미술사에 남을 것이다.
찬반 논쟁 속에서도 그의 작품은 여전히 기록되고, 판매되고, 기억될 것이다.

 

앞에서 언급한바, 한 가지 담론으로 작품 활동을 이어나가기란 쉽지 않다.

더욱이 작가로서 성공하기란 더욱 어렵다.

데미안 허스트가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작가인 것은 여지가 없지만 그의 집착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많은 사람에게 회자되고 관심을 받는다는 것은 비판의 대상이기도 하지만 공감의 대상이기도 하다는 말이다.

죽음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에 대해 그가 보여주는 알레고리의 가치는 분명하다.

그것이 예술이든, 아니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