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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작품이야기

서양미술의 모태 그리스 조각 코레와 코우로스

by 이든혜윰 2023. 11. 17.

'우리의 미적 관점이나 예술에 대한 이해를 돕는 데 있어서 우선으로 떠올리는 미의 원류는 무엇인가? 물음에 대해 우리는 서슴지 않고 고대 그리스 문명을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만큼 우리들의 미 적 사고가 그리스의 예술적 규범과 전동에 길들어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리스가 성립되기 이전, 에게해 주변에 흩어져 있던 많은 섬은 저마다 번영을 이루며 문명을 발생시켰다. 크게 세 가지의 색다른 문명이 형성되었는데, 크레타섬을 중심으로 발생한 미노스Minos 문명과 그리스 본토를 중심으로 발생한 미케네Mycenae 문명, 그리고 소아시아를 중심으로 발생한 트로이Troy 문명이 그것이다. 이와 같이 에게해 주변에서 다양한 문명이 성립될 수 있었던 것은, 지중해의 온화한 기후에 따른 자연의 혜택과 해상 교통을 통한 오리엔트 문화권과의 접촉 때문이다. 특히 그리스 본토를 중심으로 한 미케네 문명은 이집트 및 메소포타미아와 적지 않은 교류를 했으며 후세의 유럽 문명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기원전 12세기경 북쪽 도리아Donis 인의 침입으로 미케네를 비롯한 여러 도시가 소멸하면서 에게해 문명은 막을 내리게 된다. 그 후 그리스 본토를 중심으로 새로운 문명의 전환기를 맞이한다. 침입자인 도리아인에 의한 스파르타와 원주민인 이오니아Ionia 인에 의한 아테네를 중심으로 기원전 7세기경에 도시국가인 폴리스가 형성되었다. 따라서 도리아인과 이오니아인 두 민족 간의 정서 속에서 그리스 미술이 발현되었다고 할수 있다.

그리스 미술은 시대적으로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뉘는데, 과도기인 아르카이크기Archaic (기원전 800~450년) 와 전성기인 고전기Classic (기원전 450~330년) 그리고 그리스 미술을 세계로 전파하게 된 헬레니즘기 Hellenistic (기원전 330~30년) 로 구분한다. 고전기는 세부적으로 전기 (기원전 450~400년) 와 후기 (기원전 400~330년) 로 나뉜다. 그리스 미술은 아르카이크기를 시작으로 위대한 미술의 장을 연다. 아르카이크기에는 신전이 탄생한다. 그에 따라 건축적인 양식의 변화가 두드러지는데 도리아Doris 식, 이오니아Jonia 식, 코린트Corinth 식 순으로 변모했다. 한편 이 시기에는 기하학적 문양의 항아리를 포함하여 다양한 형태의 도자기가 만들어졌다. 대표적인 양식으로 는 붉은색 바탕 위에 검은색으로 문양과 그림을 그린 흑회식Black figures 과 검은색 바당 위에 붉은색으로 그림을 그려 넣은 적회식Red figures 이 있다. 항아리는 쓰임새에 따라 명칭이 다른데, 암포라 Amphora (술, 식용유를 담는 길고 불룩한 병 ), 크라테르Kraters (포도주 원액과 물을 혼합하는 그릇), 픽시드 Pyxides (화장용 그릇) 등으로 구분하고 있다.

그리스 초기의 조각은 주변 국가인 이집트 말기 왕조 시대 문화의 영향을 받아 정적이고, 정면적인 인체 표현이 보인다. 그러나 이집트 조각이 엄밀한 의미에서 2차 원적인 고부조 형식을 지니고 있다면, 그리스의 조각은 완벽한 환조의 독립상으로 볼 수 있다. 이 점은 그리스 인들의 진보적인 예술관에서 기인한 것이며 조각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리는 단서가 되고 있다.

그리스인들은 주변 민족의 미술이 종교적이었던 것과 달리, 인간 중심의 생명력을 최고의 이상으로 삼았는데 이 점이 그리스 미술의 명확한 성격이라고 할 수 있다. 조각의 특색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신들을 인간과 동일한 형상으로 표현함으로써 이상적인 인간상의 완성 이라는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그리스 조각의 여명기를 알리는 대표 작품은 대리석으 로 된 직립 나체 남성상 <코우로스 Kouros> 와 옷을 걸친 여성상 <코레 Kore> 이다. 아테네의 아크로폴리스Acropolis 에서 발견된 이 조각상들은 이집트 조각에서 볼 수 있듯 이 부동의 자세로 정면을 향하고 있고 왼쪽 다리를 내밀어 앞으로 나아가려는 동작을 취하고 있다. 등신대의 균형 잡힌 모습과 정확한 관찰에 의한 근육 표현을 보여주는 이 조각상들은 그리스인의 진취적의고 현실적인 미적 감성을 드러내며 다가올 고전기와 헬레니즘기 조각의 완성을 짐작하게 한다. <코우로스>와 <코레>의 얼굴과 자세를 보면, 튀어나올 듯한 커다란 눈과 양식화된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으며 양팔을 몸에 붙이고 뺏뺏하게 서 있는데 이러한 포즈와 기법은 이집트의 조각상과 매우 유사하다. 그러나 입가에 보이는 잔잔한 미소(아르카이크 스마일)는 이집트 조각에서는 볼 수 없는 생명력 넘치는 표현으로서 인간에 대한 충만한 애정을 느낄 수 있다. <코레> 의 경우도 이집 트 조각에서 보이는 여성상처럼 옷을 걸친 모습으로 표 현됐으며 역시 잔잔한 아르카이크 스마일이 보인다. 그러나 < 코우로스 > 와 다른 점은 한쪽 다리를 내밀지 않고 꼿꼿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는 점이다.

<코우로스> 와 <코레> 가 독립된 조상으로 존재하면서 조각적인 부피감과 입체감을 보여주고 있지만 신전 근처에서 발견된 것으로 보아 신전을 장식하려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짐작된다. 즉, <코우로스>는 신의 모습을 재현한 것일 수도 있으며 신에게 바치는 봉헌물이거나 묘 위에 안치되는 기념 조상으로 생각할 수 있다. 이런 추측이 가능한 이유는 그 당시 조각의 역할이 신과 종교에 봉사해야만 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전 의 조각과 확연히 구분되는 점이 있다면 인간의 형상을 한 신을 표현했다는 것이며, 이는 인간 중심적인 사고의 표현인 것이다. 이와 같이 현실적이며 생명력을 지닌 아름다운 인물상의 추구에 관심을 기울였던 아르카이크기가 지나고 전성기에 해당하는 고전기에 이르면 조각상은 유기적인 구성력을 보이며 점차 고고한 정신성을 내포하게 된다. 이러한 변화를 거치며 비로소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그리스적인 양식의 조각상이 탄생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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