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현대미술은 일반적인 기술로써의 작업에서 탈피하여 개념적인 형태로 범위를 확장해 왔다.
19세기말까지의 미술은 캔버스 위나 대리석 위에 아름답게 표현되는 작가의 기술적인 능력이 예술로 인정받는 중요한 요건이었다면 20세기 초부터 시작된 개념미술의 태동은 현재까지 미술의 틀을 비틀고 확장하는데 영향을 끼쳤다.

1917년 마르셀 뒤샹은 뉴욕의 그랜드 센트럴 갤러리에서 열린 독립미술가협회 전시회에 소변기를 이용해 작품을 출품해 당시 미술계에 충격을 주었다. 당시 기성품을 이용해 작품을 만든 레디메이드라는 개념은 지금의 미술계의 반응과는 크게 달랐다. 애초에 기성품을 작품이라고 이야기할 수가 있는가에 대한 논쟁은 현대에 와서도 의견이 갈리는 부분이기도 한데 비행기가 날아다니지도 않던 100년 전이니 오죽했겠는가.
오늘날의 개념 미술은 난해함으로 인해 대중들에게 차가운 시선을 받는 것이 현실이다. 벽에 붙어있는 바나나 하나가 수십억을 호가하는 작품이 되는가 하면 벽시계를 벽에 걸어 놓고 작품이라고 하다니 말이다.

작가의 온 노력을 쏟아부어 십수 년에 걸쳐 완성되는 작품은 오늘날 찾아보기가 힘들다.
이런 개념미술이 미술로서 인정받고 평가되고 감상의 대상이 되는 현실이 과연 합당한가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일반 대중들의 입장일 것이다.
마르셀 뒤샹에 대해서 다시 이야기를 해보자. 당시 거대해진 미국의 미술계는 매너리즘에 빠져있었다. 천편일률적인 작품들 속에서 새로운 시도가 필요했던 미술 협회는 새로운 시도를 모토로 한 전시회를 개최한다. 작가들에게 참신함을 요구하며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길 원했다. 하지만 뒤샹의 생각은 회의적이었다. 과연 새로운 시도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는가? 뒤샹은 그에 대한 대답으로 소변기에 리처드뮤트라는 사인과 함께 대답했다. 그의 대담한 행동에 미술계는 혼란에 빠지고 이 저속한 행위를 과연 예술 활동으로 인정해야 하는가에 대해 협회는 전시 불가라는 결정을 내린다. 당연한 결과였다. 사실 소변기는 중요하지 않다. 뒤샹의 의도가 중요한 것이지 출품했던 것이 소변기가 되었든 자전거가 되었든 그것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참신한 시도를 요구했던 당시 미술 협회의 대담하지 못한 결정을 비판하고자 했던 뒤샹의 비판적 사고가 중요한 것이다. 뒤샹은 소변기 하나로 당시의 미술계를 풍자하고 이후 개념 미술이라는 새로운 미술의 갈래를 창조해 낸 결과를 만들어 냈다.

하지만 오늘날의 미술 작품들은 너무 난해하다. 그리고 너무 이기적이다. 마크 로스코처럼 일생을 작품에 갈아 넣거나 뒤샹처럼 현대사회를 비판하는 담론을 작품에 녹아내지는 못할지라도 적어도 관객이 공감은 해야 하는 것이 옳지 않나 생각해 본다.

단지 난해하기만 한 작품을 쏟아내면서 관객이 이해하지 못하면 대중의 잘못인 양 그들만의 리그를 더욱 견고히 해가는 현대의 미술계는 19세기말의 미술계의 풍경과 닮아있다.
이것은 비단 미술계만의 문제는 아니리라 생각한다. 가령 문학이나 영화 등 다양한 예술 분야에도 마찬가지 현상이 보인다. 나는 이것이 대중을 기만하는 행위라 생각이 든다. 마치 난해한 개념미술이 좋은 작품이라는 것처럼 단지 이해하기 어렵게만 만들어 내는 작품들을 작품이라 말할 수가 있을까? 자신이 어렸을 적 겪었던 경험을 마치 대단한 담론인 양 작품에 담아 공감하기를 떼쓰는 미술계의 현실이 씁쓸할 따름이다.
적어도 어쩌다 창조된 작품을 개념미술로 둔갑시키기 위해 개념을 덧씌우는 행위만큼은 하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지금의 미술계, 특히 한국의 미술시장에서는 너무 흔한 현상이라 문제라 이야기하기조차 조심스럽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현대의 관객들은 작가들의 생각보다 영리하고 현명하다. 개념미술이라 포장해 둔 의미 없는 알맹이가 여지없이 까발려지는 것에 대해 이제는 미술계도 받아들일 때가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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