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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작품이야기

미켈란젤로 천지창조에 숨겨진 이야기

by 이든혜윰 2023. 12. 5.

 

미켈란젤로는 내가 가장 애정하고 존경하는 예술가이다. 애초에 내가 조각을 전공하게 된 것도 미켈란젤로의 작품과 작품관에 기인했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에게 가장 가까운 예술.'인 조각. 얼마나 매력적인가. 이 위대한 조각가의 작품 세계에서 빠질 수 없는 작품이 바로 시스티나 성당 천장화일 것이다. 사람들에게는 '천지창조'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이 작품은 사실 시스티나 성당 천장화의 일부분일 뿐이다. 이 작품의 이면에 숨겨진 일화에 대해서 오늘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앞서 말했던 것처럼 천지창조는 시스티나 성당 천장화의 일부분인 '아담의 창조'이다. 이 천장화는 구약 성경에 아담부터 노아에 이르는 창세기 이야기를 표현한 작품인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담의 창조 일부분을 천지창조라고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미켈란젤로는 시스티나 성당 천장화를 그리기 이전 아주 젊은 나이의 조각가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었다. 십자가에 매달려 돌아가신 그리스도를 애도하는 작품인 '피에타'로 인해 세간에 주목을 받고 있었다. 피에타를 완성할 당시의 미켈란젤로가 고작 24세이었다. 조각을 전공한 입장에서 이 정도의 감각적이고 완성도 높은 대리석 조각을 만든다는 것은 나이를 떠나 그 자체로 이미 엄청난 업적이다. 약관의 나이에 보여준 젊은 청년의 작품으로는 지금도 믿기가 어려운데 당시에는 오죽했을까. 

 

 

 

조각가로서 활동의 시작을 알리며 26세에 다비드상을 조각하고 날로 유명세는 더해져 가는 도중 뜬금없이 교황청으로부터 시스티나 성당 천장화 제작 의뢰를 받게 된다. 사실 미켈란젤로는 화가로서의 업적은 전무하다시피 했고 심지어 회화를 경시하는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그런 그에게 일반적인 작품 의뢰도 아니고 엄청난 규모의 천장화라니. 보통 조각과 그림은 미술이라는 큰 카테고리 안에서 경계를 두지 않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사실 굉장히 다른 분야이다. 음악이라는 카테고리 안에서 성악과 피아노 연주만큼이나 다른 분야이고 운동으로 비유했을 때 골프와 축구만큼이나 공통된 부분이 없는 영역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런 그에게 천장화의 의뢰가 들어오게 된 데에는 그를 음해하려는 세력이 배후에 있었다. 동시대의 건축가인 도나토 브라만테라는 인물은 미켈란젤로를 시기 질투하고 있었다. 도나토 브라만테는 교황청에 천장화 작업의 적격 인물로 미켈란젤로를 추천하는데 이는 미켈란젤로의 커리어를 박살 내기 위한 계략이었다. 이 의뢰를 수락하여 작품을 망치던 의뢰를 거절하여 교황청의 명령을 어기던 어떤 선택을 하던 더 이상 작가로서의 활동은 불가능한 것이다. 도나토 브라만테의 요구를 수락한 교황청 또한 미켈란젤로를 탐탁지 않게 여겼다. 이유인즉슨 미켈란젤로가 제작한 피에타의 마리아 모습이 너무 젊어 성모 마리아가 아니라 막달라 마리아라는 설이 돌았었는데 신성한 그리스도를 망령되게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게 한 장본인이라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켈란젤로는 정면돌파라는 선택지를 택하고 우리가 잘 알듯이 역사에 남을 작품을 완성하게 된다. 미켈란젤로는 과연 교황청의 의도를 몰랐을까? 물론 너무나 잘 알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럼에도 사회적 권력자들의 의젓하지 못한 행동에 미켈란젤로는 순한 양처럼 순순히 의뢰를 받아들인 것일까?

 

 

지금부터는 순전히 개인적인 생각과 상상력에 기반해 이야기해본다. 미켈란젤로가 이런 몽니를 그냥 삭힐 정도의 성정을 가진 인물은 아니다. 그는 그가 할 수 있는 방법으로 교황청에 저항한다. 그가 할 수 있는 방법대로 말이다. 미켈란젤로는 예술가다. 미켈란젤로는 작품으로 저항하는 것을 선택했다.

천장화를 유심히 살펴보면 아담부터 노아까지 구약 성서의 내용을 충실히 표현했다. 창세기에 기록된 내용을 문자를 모르는 당시의 기독교인들에게 직관적으로 보여주어 교육적인 차원의 역할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유독 아담의 창조 부분만 성경에 묘사된 표현대로 그려지지 않았다. 구약 창세기 2장에 기록된 아담의 창조를 묘사한 부분을 읽어보면 '여호와 하나님이 흙으로 사람을 지으시고 생기를 그 코에 불어넣으시니 사람이 생령이 된지라.'라고 되어있다. 그런데 그 어디에도 흙으로 사람을 짓는 모습과 코에 생기를 불어넣는 장면은 보이지 않는다.

니케아공의회에서 열린 세계교회회의에서 정해진 교리는 지금까지 성경 무오설에 기반한다. 즉 성경에는 오류가 없으므로 성경에 기록된 그대로가 사실인 것이다. 성경 무오설에 근거하면 인간의 역사는 고작 6000년이 전부이고 진화는 부정되고 화석 또한 사실이 아닌 것이다.(이 이야기는 나중에 차차 하도록 하자.) 그런데 미켈란젤로의 생각은 좀 달랐나 보다.

작품에는 작가의 의도와 생각이 담기기 마련이다. 그걸 개념적인 표현으로 알레고리라고 하는데 아담의 창조에 내포되어 있는 알레고리는 이러하다.

 

 

여호와의 형상을 자세히 보면 여호와를 중심으로 많은 그룹(케루빔, 천사)들이 보인다. 그리고 뜬금없이 천이 둘러 쌓여있다. 하나님과 천사들의 형상을 자세히 보면 마치 인간의 뇌의 모습과 많이 닮아있다. 뇌는 생각을 관장하는 인간의 기관이 아닌가. 즉 여호와가 손을 뻗어 아담에게 닿아 전달하고자 했던 것은 하나님을 깨닫고 생각하는 것이 진정한 최초 인간의 창조가 아닌가 하는 의도를 담은 것이다.

미켈란젤로는 신성모독이라며 자신을 골탕 먹이려고 한 교황청의 중심부에 기독교 교리 자체를 뒤흔들 수 있는 자신의 생각을 떡하니 박아 넣는 또 다른 신성모독(이라고 쓰고 합리적 사고라 읽는다.)으로 복수를 완성하게 된 것이다.

만약 미켈란젤로가 천장화의 의뢰를 받지 않고 조각가로서 자신의 작품활동만 계속했다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을 가끔 해본다. 부전공으로 역사에 남을 작품을 만들었는데 오롯이 조각에만 몰두했다면 역사에 남을 또 다른 작품이 탄생했을 텐데 말이다.